지난 해 송성각 전 원장의 구속으로 파행적으로 운영돼 온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한 정부의 정상화 방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화부는 늦어도 9월말 이전까지 새 이사진 구성,  경영진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늦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인 듯 하다.

이미 원장 뿐 아니라 부원장의 임기도 끝났고, 비상임 이사 가운데 상당수도 임기만료인 상태라는 점에서 한콘진은 그동안 사실상 식물인간처럼 호흡기에만 의존한 채 생명만 유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게임업계를 포함한 문화 콘텐츠업계는 해외시장 뿐 아니라 내수 지키기에도 헉헉 거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으로 국경이 사라지고 시장 장벽은 무너졌다. 이에따라 수출은 물론 안방 지키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닌 게 됐다.  

한콘진은 그런 측면에서 문화콘텐츠업계의 전략적 지휘소나 마찬가지다. 필요한 곳에 물을 공급하고 자양분을 조성하며 숲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변화를 꽤뚫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때에 따라서는 나무를 베기도 하는 등 정지 작업의 역할도 맡아줘야 하고, 시기에 따라 비료를 구해 뿌려주기도 해야 한다.  그런 역할의 컨트롤 타워는 두말할 것도 없이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원장이란 자리라 할 것이다. 그런 직분의 자리를 무려 10개월이나 비워뒀다. 무슨 배짱이란 말인가.

이렇게 된데는 주무부처인 문화부 등 정치권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솔직히 문화부 상층부가 초토화되고, 그 배경의 중심이 한콘진이라는 기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이상 할 말을 없게  만든다. 안타까운 점은 과거, 한콘진이 정치권에 흔들리긴 했으나 휘둘리진 않았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다.  

지금이라도 한콘진이 바로 서게 할 때라고 본다.  새로운 진용을 구축, 시대에 걸맞은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만큼은 청와대나 문화부에서 인사 개입 등 한콘진 조직 구성에 관여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계 출신 일변도의 비상임 이사 구성은 소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잖아도 한콘진을 빗대어 신 방송 진흥원으로 불리고 있는 마당에 그런 식의 인적 구성은 타 업종에 대한 예우도, 인사도 아니라고 본다.

지난 20일 문재인 정부의 조직 구성도 사실상 마무리 됐다. 일본 속담에 좋은 일은 서두를수록 좋다고 한다. 한콘진의 정상화는 시대적 명제이자 우리 문화 산업계의 최우선의 과제라 할 수 있다.  9월까지 기한을 둘 필요가 있는가. 이젠 더이상 미루지 말았으면 한다. 한콘진은 무엇보다 문화산업계의 둘도 없는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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