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적 역량 갖춘 유일한 장르…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절실

 [ 포커스] 지난해 게임 업계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화두로 삼았다면 올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게임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이같은 흐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며 사회 및 경제 전반에 대한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전략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무엇인지 이견이 많은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막연히 뜬구름 잡는 행보를 거듭하다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잘못된 길에 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2010년 독일 하이테크 전략 ‘2020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더스트리 4.0에서 제시됐다. 또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지난해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화두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앞선 3차 산업혁명의 경우 컴퓨터의 활용, 폭발적 자동화산업, 육체노동급감, 인간소외 등을 특징으로 갖는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이 핵심으로 주목받게 된다는 예측이다.

이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트렌드로는 가상현실(VR)의 인프라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또 자율주행을 비롯한 AI와 로봇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 인공지능이 산업 주도하는 시대

앞서 지난해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마인드 기술이 집약된 ‘알파고’의 대결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표상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는 전국민적 화제가 됐으며 마치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도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계의 영역에서 싸우려 하지 않고 인간의 영역을 확장하는 시대가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말한다. 결국 AI와 로봇의 발전에 따라 기존의 산업에 대한 인력대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엑스 마키나’ ‘HER’ 등의 영화가 이 같은 인간이 대체된 미래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는 사회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가운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에 취임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의장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세상의 문제를 정리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어떤 직업을 갖느냐가 아닌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직업이 아닌 ‘업(業)’이라는 말에 초점을 맞춰 직관을 깨우기 위한 경험과 체험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과 로봇이 공생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만큼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모두 동반성장하는 것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눈앞에 다가온 변화 중 하나로는 5G 통신 세대가 꼽히고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등의 기기에 대한 AI 기술이 고도화되고 증강현실(AR) 도입 역시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웨어러블 컴퓨터와의 연동 등 기기 융합의 물결도 거세지고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은 이 같은 변화 속 게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시대를 정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지금부터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조직이나 정부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점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을 비롯한 조직들이 단순히 밤을 새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란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조직원들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조직 역시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규모만 늘려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방만한 예산 지출의 폐해를 답습하고 있으며 정작 필요한 산업의 진흥이 아닌 ‘눈 먼 돈’과 같은 정부 사업들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에 취임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 게임 날개를 달다

문제는 이같은 구태와 잘못된 구조로 인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조직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해 새로운 분야를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발목을 붙잡을 만한 것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임 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중 하나로 게임의 역할이 점차 커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잘못된 규제 등으로 제대로 날개를 펼치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인정보, 로봇윤리, AI 창작물의 판권 등 새로운 경향이 쏟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법체계나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을 보면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 업계는 정부가 독자적으로 주관하는 게 아닌 업계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드는 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역차별을 해소하는 글로벌 기준에 따라가는 것은 물론 네거티브 규제 지향 등의 새로운 규제 방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 그동안 게임계에 셧다운제를 비롯한 규제 중심의 산업 정책이 시행됐고 중독법 논란 및 성인 결제한도 제한 등의 아픔을 겪어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이처럼 콘텐츠 창의성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인 만큼 규제는 최소한으로만 남기고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소장은 또 “4차 산업혁명 주역인 인공지능 등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전무하다”며 “반면 게임은 4차 산업혁명 융합의 기반재로서 유일하게 가능성을 보유한 산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는 문화부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문화와 산업의 영역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부의 산업 지원 기능과 미래부의 미디어 육성 기능을 흡수한 새로운 부처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모습.

# 대통령 육성의지

이처럼 게임 업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해왔던 만큼 새 정부가 얼마나 이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새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기조를 갖고 정책을 펼쳐가느냐에 따라 게임 산업의 변화가 달렸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책 토론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혁신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특히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및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성문법에 명시된 것만 금지하고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의 전환을 해결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규제를 단번에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ICT를 비롯한 신사업에 우선 적용한 뒤 이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한편으론 이같은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게임 업계가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VR 및 AR을 비롯해 혼합현실 등에 제대로 된 스토리를 탑재하고 응용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자손대대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기술이 기초 단계라고는 하지만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태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리가 넘볼 수 있는 단계인 만큼 시장에 속히 뛰어들며 스토리와 융합하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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