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잃고 제자리뛰기만 반복…성장동력 만들어갈 전략 필요

한국은 90년대 말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더불어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열풍으로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 시대를 개척하는 선도 국가가 되었다. 마침 그 시기에 정부 주도 게임산업지원센터의 설립을 통해 게임 산업의 인프라 구축과 진흥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산업계의 자발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세계 유일의 정부주도형 게임 산업 진흥 정책은 큰 효과를 보게 되었다는 것을 우린 알 수 있다. 심지어 예전에 게임 강국이었던 영국은 한국의 정부 주도 게임 산업 정책 연구를 하고 있고,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아세안센터를 통해 매년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게임산업 발전 모델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한국의 게임 산업에는 혹한기가 오고 있는데, 다른 국가들은 한국을 따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냉소가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3년 전쯤 한국의 게임 산업 성장세가 꺽이기 시작했을 무렵 게임 개발자들은 연말 모임에서 역설적 느낌으로 “Winter is Coming”이라는 말로 건배사를 대신했다. 그들은 겨울이 오고 있지만, 그동안의 온라인 게임 개발 노하우로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서 글로벌로 나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믿으며, “Spring Comes”를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투자는 움츠러들었고, 모바일 게임 개발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으며, 유료화 모델에도 한계가 있었다. 특히, 세계로 나가지 못한 모바일 게임은 한국의 작은 시장에서만 경쟁하느라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초기 캐주얼과 소셜 모바일 게임들이 크게 성공하는 듯 했으나, 글로벌이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고, 그 사이 핀란드와 영국의 소형 게임사들이 스마트폰 게임으로 세계 시장에 강자로 나타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에 미온적이던 미국도 스팀을 중심으로 PC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결합 모델을 선보이며 성장하고 있고, 일본의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로 콘솔 게임의 모바일 융합 모델을 꾀하고 있으며, 미국의 나이언틱과 협력하여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를 성공시켜 와신상담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워크맨 공장 폐쇄로 실패의 기로에 선 것인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지만, 새롭게 VR 게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게임산업의 현재는 어떠한가? 2016년도 게임백서에 의하면 3년 전부터 정체된 게임산업의 시장 규모는 겨우 10조 원을 넘어섰으나 온라인 게임 시장은 축소되었다. 그나마 게임 시장 규모의 증가는 외산 게임의 수입을 통한 서비스 증가로 분석된다.

같은 시기에 중국은 괄목상대할 만큼 성장해 1위 기업인 텐센트의 게임 분야 매출은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어 지속 성장을 하고 있다. 아무리 인구가 많다고 해도 1개 기업의 게임 분야 매출이 온라인 게임 강국인 한국 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선점했던 시장을 빼앗기고 있으며, 한국을 추월하고 독자적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중국의 게임산업 성장은 한국, 미국 게임의 수입에 의존한 것이며, 인수합병의 결과이고 그저 거대 인구에 기반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얼마 전 방문했던 구로공단의 많은 중소기업은 지금 당장 수혈하지 않으면 파산이 예상되는 회사가 많았고, 사드의 한국 배치로 인해 그나마 탈출구였던 중국으로의 진출까지 막혀 버리자 그들은 막다른 골목에 서서 오도 가도 못하고 제자리 뛰기만 하고 있는 마라톤 선수 신세 같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면서도 단기 수익에만 집착하여 유럽에서 시도한 간단하지만, 창의적인 게임 개발보다는 MMORPG에서 짭짤하게 돈 벌게 해 준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고,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확률형 뽑기, 자동 사냥 등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한 결과라서 게임의 재미를 연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더 착잡하기만 하다. 게다가 ‘LOL’, ‘DOTA2’ 등 e스포츠용 게임 분야는 따라가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여기저기서 게임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렸지만, 대부분 보수정권하에서의 게임 산업 규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마치 정치권에 줄을 서서 나 좀 보아 달라는 폴리페서(polifessor)들의 일인 피켓 시위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새로운 정부에는 문화산업 정책 말고도 안보, 경제, 복지 정책, 적폐청산 등 우선 해결해야 당면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 문제 해결에만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서는 안 된다.

게임산업을 비롯한 문화콘텐츠 산업과 4차 산업을 잘 결합하여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주관부처의 조정, 산업 발전전략 로드맵 제시, 혁신 기술 개발, 다양한 융합 아이디어의 상용화 시도와 해외 시장 개척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 산업 진흥에 큰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수장에 대한 기대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문화산업 진흥 경험이 풍부하고 글로벌 시각이 뛰어나며 산업계를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리더를 기대해 본다.

[윤형섭 중국 길림애니메이션대학교 게임대학장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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