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편입 위한 노력 절실…문화예술로 인정받는 게 첫걸음

[모인의 게임의 법칙] 제도권이란 사회의 큰 틀을 의미한다. 거기에는 규범과 제도가 있고, 결코 벗어나서는 안되는 선이 있다. 한편에서 보면 정형화된 듯 하지만, 그런 틀이 존재함으로써 사회가 유지되고 지탱해 나간다는 점에서 다소 견고한 측면이 강하다. 이같은 틀이 불편하거나 마땅치 않아서 제도권에서 벗어나려는 이른바 ‘경계인’ 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그저 소수로 분류될 뿐이다.

사실, 제도권으로 편입되지 않고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 그 같은 시도는 끊임없이 탐구하며, 도전하는 시험적인 동선으로만 읽혀질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 된다. 인류 역사에 기록되고, 남겨진 것만이 참된 삶이거나 몸짓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형체를 거의 알아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한강에서 돌을 찾기만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때문에 제도권의 근저에는 도도한 역사의 줄기가 흘러넘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준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제도권에서는 이를 인정하거나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이는 아주 배타적인 제도권의 민낯이긴 하지만, 그 것이 제도권의 틀을 유지해 나가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검증 절차를 무조건 깎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업 또는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특히 신종 업종에 대한 제도권의 경계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할 만큼 세밀하고도 밀도 있게 이뤄진다. 그리고 법률적 정비는 그 마지막 순서이다. 이같은 모든 절차를 끝내야만 제도권의 산업으로, 또는 제도권의 업종으로 인정돼 사회적 예우를 받게 된다.

1백 여년의 역사를 지닌 영화가 제도권에 편입된 것은 에디슨의 영사기 발명 이후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란 기기를 만들어 내고, 또 그들에 의해 상업 영화라고 선보인 ‘기차의 도착’이 발표된 이후 거의 30여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특히 역설적으로 1930년대 미국의 대 공황이 빚어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화의 제도권 진입은 그보다 더 미뤄 졌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공황은 영화를 가장 대중적이고 가치 있는 미디어로 평가받게 했고, 오늘날 미국의 최대 수출 상품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영화를 아예 9가지 예술 분야 중 제 7의 예술 분야로 떠받들고 있다.

영화와 같은 종합 예술 장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게임에 대한 제도권의 평가는 대체로 인색하다. 단지 이채로운 것은 국가별 시각이 다르고, 게이머 수용 환경에 따라 평가 또한 극과 극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웃 일본은 게임을 오래 전부터 제도권 문화로 인정하며 육성해 왔다. 법률적 정비도 상당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엇비슷하다. 게임을 자국의 문화 예술 장르로 편입시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정책 지원을 살펴보면 세제 혜택은 물론 영화 못지않은 자금 지원을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게임을 영화와 마찬가지로 종합 대중 문화 예술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좀 다르다. 온라인 게임의 장르를 세계 최초로 완성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장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도권의 평가는 아주 냉랭한 편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법률을 제정한 것은 대민국이 최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빚어졌다. 게임이 과몰입과 폭력성, 사행성의 주범으로 몰리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규제책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 대표적인 게임 규제책은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다. 이 제도의 시행은 수출 역군이란 자부심 하나로 근근이 버텨온 게임계의 가슴에 대 못질을 하게 됐다. 끝난 듯 끝나지 않는 규제책은 모바일 게임이 주력시장으로 떠오른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진흥 방안은 멈춰 서 있고, 자금 펀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게임 메이저들은 자신들 울타리 지키는 데만 급급한 형국이다. 게임계의 품위와 위상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게임계에 대한 제도권의 실낱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 하나는 게임에 대해 문화 예술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법 개정 작업이다. 때 늦었지만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임계가 어정쩡하게 제도권 주변에만 머물지 말고 하나하나씩 과제를 끄집어 내 스스로 정비하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해야 당당한 산업으로 인정받고, 대중문화 예술로서 게임이 자리매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같은 일이 고단하고 피곤한 일이 될 지라도 이 시대에 맡겨진 게임인의 소명이라면 받아 들여야 한다.

그 것은 다름 아닌 게임계의 역사를 새롭게 기록하는 길이며, 후대 게임인들에게 당당히 게임을 대중 문화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품위와 위상을 높이는 또 다른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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