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정책을 입안하고 구체적 실무 플랜을 수행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표류하고 있다. 송 성각 전 원장이 ‘최 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이후 한콘진은 현재 부원장에 의한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행은 대행일 뿐 원장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의 게임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나 한콘진측은 이에대해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위계질서 등 규율에 엄격한 공무원 사회에서 아무리 원장 대행이라고 하지만 그 직책을 가지고 정책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게임계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에 글로벌 업체들의 파상 공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책은 혼미를 거듭하고 있고, 선순환 구조가 붕괴된지는 꽤 됐다. 스타트업들은 쓰러져 버리고, 어렵게 하루 하루 버티고 있는 중소 업체들은 IMF때보다 더 어렵다며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 정책의 핵심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한콘진의 사령탑의 부재는 한마디로 엎친데 덮친격이라 할 수 있다. 수종하고 거름을 줘야 할 처지의 농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원장 선임을 더 미뤄선 곤란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형식적인 공모 절차를 통해 위에서 찍어 내리듯 원장을 선임하란 것도 아니다.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원장을 선출하란 것이다. 게임 뿐 아니라 방송, 음악, 애니메이션 등에 대해서도 박식한 인물을 발굴한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그동안 한콘진의 원장직은 국회의원을 지낸 대학 교수나 언론인, 방송 광고 출신 등이 맡아 왔다. 엄밀하게 말하면 방송계 관련 인사들이 한콘진을 장악해 온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번 만큼은 방송계 출신이 아닌 다른 경쟁 업종에서 인사를 찾아내 기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게 다름아닌 통합 한콘진의 시대적 정신이요, 물리적 결합의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 분야는 한마디로 무기없는 전쟁터로 불릴만큼 선진 각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부가가치가 뛰어나고 공해가 없는 데다 특별한 자본이 필요없는 지식산업의 요체로 불리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앞선 대중 문화를 무기로 덤벼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에 둘러싸여 있는 처지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게임과 K- 팝이 이들의 도전과 무역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콘진 같은 전략적 요충지가 그래서 더 필요하고, 그래서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한콘진의 새 수장 임명을 미뤄선 곤란하다. 최 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의 처지가 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시기가 학연과 지연 등 정실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있는 인물을 발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