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콘진 통폐합 의미 제대로 못살려…새로운 도약 위해 결단해야

지난 2009년 정부의 유사 산하기관의 통폐합 방침에 따라 출범한 것이 한국 콘텐츠진흥원이다. 정부는 당시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산업의 유기적인 흐름에 대응한다는 방침아래 유사 산하기관의 통폐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 문화콘텐츠 진흥원, 한국 게임산업 진흥원, 한국 방송영상산업 진흥원, 문화콘텐츠센터 등 4개 콘텐츠 관련 산하기관과 한국 소프트웨어 진흥원 가운데 일부를 통합해 한국 콘텐츠진흥원이 출범했다.

당시 세계적인 기술 흐름은 융합(Convergence)이었다. 한 개의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기술이 결합돼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이른바 복합화, 융합화 움직임이 뚜렷했다. 콘텐츠의 유통과 트렌드도 이와 유사했다. 영화 음악 방송이 하나의 장르로 생존하는 게 아니라, 유사한 장르끼리 얽히거나 합쳐짐으로써 또다른 시너지를 냈던 것이다.

한콘진의 출범이 이런 점을 고려하고 만들어졌다는 측면에서 어긋난 발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잡는다는 의미에서, 또, 그런 흐름에 선제적 대응을 해서 생산과 소비에 사전 준비한다는 점에서 한콘진의 역사적 출발에 대해 문화 산업계가 내린 평가는 그렇게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화학적인 결합은 둘째 치고, 물리적인 결합부터 논란을 빚기 시작했다. 특히 문화 콘텐츠의 대명사로 꼽히는 방송과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인 게임과는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지지 못했다. 여기에다, 많고 많은 인사들 가운데 하필이면 학계 출신의 정치인이 초대원장에 임명됐다.

직제 구성은 예상대로 기술 흐름을 반영해 융합 형태로 짜여졌다. 과거였으면 방송,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방식 등으로 짜여 졌을 뻔한 수직적인 조직 형태에서,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수평적 조직으로 짜 놓은 것이다. 어찌 보면 조직간, 업종간 벽이 없는 이상적인 그림인것 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콘진의 수평적 조직 구성은 실패하고 말았다.

정부의 강력한 직제 변경 주문으로 한콘진의 조직은 과거의 그 것처럼 수직적인 체계로 재구성됐다. 업종별로 줄 세우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 또 불거졌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머리가 큰 방송 쪽 사람들이 많은 탓에, 이들이 대거 주요 보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게임, 애니메이션, 디지털 콘텐츠 분야 출신 인력들이 조직 재구성으로 다시 자신의 과거 자리를 찾아 갔지만 예전의 그 위치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한콘진의 내홍은 출범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또 예산 규모가 커지면서 정치인들과 관변의 기웃거림이 심해 졌다. 한콘진의 체제를 그나마 안정시킨 인물은 홍 상표 전 원장이다. 그는 정치인 이라기 보다는 언론인 출신이다. 리더십이 빼어나고, 콘텐츠의 체계와 흐름도 잘 읽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잘 견제했다. 그는 산하기관 실적 평가도 잘 받아야 한다며 수험생처럼 뛰어다녔다.

한콘진에서 게임 부문을 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송 성각 원장이 부임한 이후 부터다. 그 이전부터 쌓인 게 그 시점에서 터져 나온 것인지, 아니면 송 원장의 부덕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분명한 것은 게임 부문이 더 이상 한콘진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게임계는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시장 판세를 보면 더욱 그렇다. 모바일 게임이 주력이자 대세를 이끌고 있다. 이에따라 정보통신(IT)을 빼 놓고선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게 됐다. 그렇다면 문체부 산하 기관이 아니라 미래부 산하기관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옳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군다나 한콘진의 게임 부문 육성책은 게임산업진흥단에서 맡고 있으나 직급은 겨우 팀장급에 불과하다. 그 위로 본부장이 있고 그 본부 위에 부원장직이 있다. 산업 비중과 역할에 비하면 힘의 부침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때문인지 지원 예산도 방송 부문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게임을 분리, 육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주장은 그런 지엽적인 문제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산업이 예상 밖으로 내려앉고 있고, 그 추락의 경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데 있다.

게임은 타 장르에 비해 특화 육성 전략으로 성장해 온 산업이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워왔다는 뜻이다. 그 덕에 게임은 한때 수출 시장의 선봉 역을 맡아 왔다. 하지만 지금의 처지는 그렇지가 않다. 안으로는 외산게임에 멍들고, 밖으로는 수출 시장에는 먹구름이 끼어있다. 관련 기술은 첨단의 그 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위정자들은 규제만 양산하고 있다. 이런 딱한 처지라면 한콘진의 통합을 결정하던 그 당시, 그 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 트렌드에 맞는 기관으로 출범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은 청정산업에다 고부가가치 또한 뛰어난 장르다. 지식 산업의 한축을 담당할 수 있는 미래 유망 업종이다. 그런데, 이 산업이 눈에 보일 정도로 스러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의 일관성이란 대외 명분과 정치권의 체면 때문에 계속 그 모양새로 잡아 놓고 있겠다면 그 것은 아집이자 산업 역사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오히려 유기적으로 ‘해쳐~ 모여’가 이뤄지는 게 이 시대에 걸 맞는 시스템이다. 한콘진 게임부문은 이제 따로 떼 내 육성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본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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