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부터 한콘진 원장까지 그 인맥…이대로 두면 정말 못 일어나

여태껏 게임계에 컨트롤러가 없었던 이유를 이제 알게 됐다. 게임계가 그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며 도와달라며 아우성을 치던 때에도 귀를 틀어막은 채 거들 떠 보지 않은 속내를 이제 비로소 알게 됐다.

이같은 현실이 정말 악몽처럼 느껴진다. 백약의 처방도 듣지 않는다고 할 만큼 시장은 악화되고 있다.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았지만 속은 곪아 터져 있다.

시장이 말이 아닌데 산업이 제대로 선채 굴러갈 리가 없는 법. 스타트업들은 갈수록 사라지고 중간 허리 기업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메이저라고 일컬어지는 기업들만 TV 광고를 통해 제도권 안팎을 들락거렸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게임계는 하루하루 그렇게 아슬아슬 견디며 살아 왔다.

그 이유가 요즘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몇몇 사람들 때문이란 사실에 경악한다. 하기야 국정까지 농단한 그들이 게임산업 정도야 눈에 들어오기라도 했겠는가. 하지만 이런 생각에까지 미치다 보니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때에 도달하지 않아 그동안 게임 산업에 대해선 순서를 접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들 방식으로, 예컨대 좀 더 학습을 다한 다음 진입하는 식으로 말이다. 최근 그들의 행적을 들여다보면 후자 쪽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재작년 말 송 성각이란 인물이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에 발탁됐다고 하자 문화 산업계 사람들은 다소 의외의 인사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인품과 스펙 등은 둘째 치고, 문화 산업계에선 아주 낯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뒤늦게 알려진 바로는 그가 모 광고 기획사에서 오래 근무했고, 광고 쪽에선 그래도 알려진 인물이란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 인사는 파격이란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파격적인 인사는 이미 그 이전부터 있어 왔다. 박 근혜 정부 들어 최장수 장관으로 재임한 김 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탁이다. 그는 사업체와 학교를 오가며 후진을 양성해 온 이색 경력자다. 영상원장을 역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 수완도 있어 보인다는 그에 대한 평도 있었다.

그런 그가 장관으로 발탁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 명박 정부 시절, 대표 장관으로 꼽혀온 유 인촌 전 장관 이후 최장수의 장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재임 평가는 안타깝게도 최장수 장관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끔찍했다. 오로지 그들의 고용인 또는 하수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본부의 인사도 그들이 시키는대로 했다. 눈에 띠는 인사의 원칙은 우선 전문성을 배제하는 것. 그래야 자신들 맘대로 정부 정책을 주무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같은 파격인사의 정점은 김 종 문화체육관광부 제 2차관의 발탁이다. 당시 그의 발탁 배경에 대해 특별히 언급된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 굳이 말하면 체육 행정을 잘 안다는 것 뿐이었다. 그런 그가 장관이 두 번 바뀌었음에도 제 2차관 자리는 계속 꿰 차고 앉아 있었다.

그 뿐 아니다. 제 2차관의 역할 분장은 체육 쪽이 주 업무다. 하지만 그는 관광 체육 공보업무까지 모두 자신의 관할에 뒀다. 산하기관장 인사는 주로 김 종 전 2차관이 맡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 1차관과의 역할 분장이 뒤바뀐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사무 차관이 아니라 정무직 차관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영역을 크게 확장한 것을 두고 주변에선 그의 확실한 배경을 먼저 꼽았다. 그렇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놀라운 생명력의 원천이란 것도 알고 보니 국정을 농단한 그들의 천박한 힘에서 나왔던 것이다.

그들이 게임계에 기웃 거린다는 소문도 꾸준히 나돌았다. 진 경준 뇌물 사건 이후 제동이 걸렸을 뿐, 큰 돈을 기관에서 끌어 들여와 메이저급 게임업체를 인수하려 한다는 설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업계에 자주 회자되기도 했다.

한콘진의 이사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은 채 서면으로 줄곧 진행됐으며, 임기 만료된 이사를 새로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남겨 둔 것은 그들이 산업 진입을 시도하려 했던 흔적이 아니었을까. 예컨대, 모든 이사들을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 놓고 산업 자금을 싹쓸이 하는 방식이다. 그 단계에 이르기 전 그들의 계획은 엇나가고 말았지만, 만의 하나 그렇게 됐다면 산업계에 돌아가야 할 자금은 그들의 비밀 사금고로 전락할 뻔하지 않았나.

어찌됐든 게임계에 눈을 돌리지 않을 때 그들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다. 게임계 마당에 그들이 보낸 그 이상한 컨트롤러가 들어와, 그에 의해 게임 행정이 펼쳐졌다면 게임계는 거의 아사 직전에 이르렀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 치더라도 게임계의 컨트롤러는 지금도 절대 필요하고 유효한 보직이란 사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런 자리가 정부쪽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도권에 대한 자신감과 게임계의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난세에 무슨 한가하게 게임계의 컨트롤러의 필요성을 주장하느냐 하겠지만, 게임계의 처지가 그렇게 녹록치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대로 두면 게임계는 정말 일어서기 쉽지 않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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