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맥스 11월 임시주총서 변경…이에스에이 2호 조합이 인수

'창세기전' 시리즈로 게임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소프트맥스의 설립자 정영원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 회사가 그간 실적 부진 및 상장 폐지 위기 등에 시달려왔던 만큼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배경 및 향후 사업방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맥스(대표 정영원)는 올 11월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대주주를 정영원 대표에서 이에스에이 제2호 투자조합으로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보유 지분은 17.6%에 달한다. 이 회사는 또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130억원 규모의 운영 자금을 조성키로 하는 등 경영 개선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이에스에이 투자조합은 정 대표의 지분 29만주뿐만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104만 2810주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19.9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이 같은 지분 투자 목적으로 경영 참여를 내세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경영 참여 의지를 밝힌 만큼 소프트맥스의 향후 사업 계획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회사는 올해 최후의 보루와 같았던 온라인게임 ‘창세기전4’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흥행에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근 신작 모바일게임 ‘주사위의 잔영’의 개발 소식을 알리기도 했으나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을 키워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상해 유아신식과기유한공사(Game&I)와 맺은 모바일게임 ‘트레인 크래셔’ 중화권 라이선스 계약까지 해지되는 등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 9억 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불과 2000만원 차이로 사실상 답보 상태였다. 반면 영업손실은 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올 상반기 매출에 반영된 것은 사실상 온라인게임 ‘창세기전’과 모바일게임 ‘트레인 크래셔’ 두 작품이다. 이들 작품이 각각 3억원 수준의 실적을 올렸으며 그 외 신소재 사업에서 나머지 매출이 발생했다.

이 회사는 이처럼 현재 서비스 중인 작품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신규 매출원 발굴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소식을 알린 ‘주사위의 잔영’ 외에도 조이시티와 협력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창세기전’ 판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역량이 집중돼야 할 시기에 오너 경영 체제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정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은 이후의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일부 자본 잠식 상태로 회생이 시급한 만큼 정 대표가 극약처방을 결정했다는 시각도 있다. 또 한편으론 최대주주가 변경된다는 점에서 게임 사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실적 회복을 모색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편 정 대표가 게임 업계에서 손에 꼽을만한 1세대 여성 오너라는 점에서 이 같은 행보는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대표는 대학 중퇴 후 대기업에 다녔으며 게임에 대한 열정에 이끌려 93년 소프트맥스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PC 패키지 게임 ‘창세기전’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지난 2001년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냈다.

이수영 전 웹젠 사장과 더불어 자수성가형 CEO로 분류되는 그는 게임 시장 흐름이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콘솔 게임에 도전하는 한편 온라인이라는 새 조류를 받아들이며 회사를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그는 커뮤니티 요소를 앞세워 주목을 받았던 ‘포리프’를 비롯해 전민희 작가의 팬터지소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테일즈위버’를 선보이며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저력을 과시했다.  또 이후 선보인 반다이남코의 판권(IP)을 활용한 ‘SD건담 캡슐파이터’를 통해 지금까지 소프트맥스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앞서 여성 CEO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것은 박지영 컴투스 전 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지난 2013년 회사를 게임빌에 매각하는 빅딜을 결정하며 15년 간의 리더 행보를 매듭짓게 된 이후 이에 비견되는 인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때문에 이번 정 대표의 행보는 또 하나의 여성 오너가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또 단순히 여성 오너를 부각시키지 않더라도 패키지 게임 시절부터 업계의 한 획을 그었던 1세대 오너가 물러나는 만큼 급변하는 업계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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